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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게 그건가.

그는 종종 밤새워 술을 먹고 귀중품을 잃어버리거나, 수십 번씩 잔소리했던 일을 어기거나, 지능지수가 의심이 될 정도의 헛소리를 해댄다. ‘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?’란 문장을 벌써 몇백 번은 되뇌게 만든 그이지만, 그래서 가끔 살의 비슷한 게 일지만, 애석하게도 나는 이 멍청이를 너무 깊이 사랑해버렸다.

철옹성 같은 마음에 그는 제멋대로 드나들고 온통 정신없게 헤집어 놓는다. 매번 어처구니가 없고 분노가 치미는 실수를 하는 주제에 단 10초만에 날 무장해제시킨다.  
심지어 어떤 날에는 햇살이 이 사람에게만 비추고 바람도 이 사람에게만 분다. 알 수 없는 예쁜 구석이 얼굴을 매만지고 머리칼을 쓸어내리게 만든다.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어디에 갖다 버리고 말 테다, 마음먹은 날 밤 강아지처럼 슬며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와 쿨쿨 자버리는 것이다. 혈압이 성층권까지 돌파할 것 같은데 어느샌가 이 사람 품에서 눈을 뜬다. 이게 그 염병할 사랑인가. 만 서른여섯에 나는 드디어 사랑이란 것에 눈을 뜬 건가.

월요일 아침, 세상 피곤한 출근길 속 잠시 본 너의 얼굴엔 봄꽃도 여름꽃도 피었다. 마흔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년 같은 모습에 머릿속이 비워진다. 내가 널 조금 덜 사랑했으면 인생이 좀 수월하게 흘러갔을까. 고민은 더 적었을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