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게 그건가. 그는 종종 밤새워 술을 먹고 귀중품을 잃어버리거나, 수십 번씩 잔소리했던 일을 어기거나, 지능지수가 의심이 될 정도의 헛소리를 해댄다. ‘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?’란 문장을 벌써 몇백 번은 되뇌게 만든 그이지만, 그래서 가끔 살의 비슷한 게 일지만, 애석하게도 나는 이 멍청이를 너무 깊이 사랑해버렸다. 철옹성 같은 마음에 그는 제멋대로 드나들고 온통 정신없게 헤집어 놓는다. 매번 어처구니가 없고 분노가 치미는 실수를 하는 주제에 단 10초만에 날 무장해제시킨다. 심지어 어떤 날에는 햇살이 이 사람에게만 비추고 바람도 이 사람에게만 분다. 알 수 없는 예쁜 구석이 얼굴을 매만지고 머리칼을 쓸어내리게 만든다.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어디에 갖다 버리고 말 테다, 마음먹은 날 밤 강아지처럼 슬며시 이불 속으로.. 더보기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. 둘만 재밌으면 됐지, 하며 지냈다. 그런데 머릿속에 2세를 가져보면 어떨까, 운만 띄웠을 뿐인데 수많은 시구들이 쏟아져 내린다. 시구랄지 숙제랄지. 나는 지금 인생의 거대한 퀘스트 앞에 어어 하며 서 있다.구체적인 계획은 엄두가 안 나서 일단 운동을 하고 샐러드를 주구장창 먹고 있으며, 암 검사니 초음파 검진이니 산부인과에도 들르고, 평소엔 썩어나갔을 비싼 영양제도 한 박스 샀다. 갑자기 집도 이사해야 할 거 같고, 그러고 보니 청약을 얼마나 부었더라, 어어 하면서 혼돈에 빠지기도 하고. 근데 애는 언제 만들지, 아니 우리가 애를 가질 수 있긴 한가. (둘 다 늙음)O 더보기 얼래벌래 4월이네. (유한하지만) 무한해보이는 이 시간의 흐름에 날 그냥 내던져놓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간곡한 SOS가 오는 바람에 잠깐 일을 하고 있다. 마침 듣고자 한 강의가 인원 미달로 폐강이 되어버려서 좀 여유가 있었거든. 6월 첫째주 정도까지만 도와줄 거고, 5월 말엔 한 일주일 정도 도쿄에 있을 생각이다. 초행인 동생에게 이곳저곳 구경시켜주고, 보라도 만나고, 쇼핑도 좀 하고? 등등. 다음 일기를 쓸 때 즈음엔 2024년이 반 밖에 안 남은 상태겠네. 아. 만약 내 몸 상태가 괜찮다면 아기를 가져볼까 한다. 무슨 심경의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유전자에 각인된 순리 같은 걸까. 나도 이 세상에 뭔갈 남겨보고 싶다. 더보기 이전 1 2 다음